자기 가치 확인 이론은 마케팅에서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매우 유용한 설득 도구다.
거절의 심리학이 반복적으로 지적하듯 저항은 설득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리는 반응이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어떤 요청을 하면 그는 당연히 저항한다. 이 경우 요구하기에 앞서 적절하게 자기 가치 확인 과정을 거친다면 상대방의 저항을 어느 정도 약화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청하기 전에 상대방이 중시하는 자기 가치를 먼저 확인시켜 준다.
상대방의 자존감이 높아지면 저항은 낮아진다. 다른 사람의 설득을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설득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회과학자 '밀턴 로키치'는 평생 '가치'라는 개념을 연구해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적 가치를 열여덟 가지로 정리했다.
친구에게는 우정의 가치를, 애인에게는 아름다움의 가치를, 부모에게는 가족 안전에 대한 가치를 확인시켜 준다. 그런 다음 그들의 자존감이 커지고 마음이 넉넉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그들의 자존감이 커지면 설득 메시지에 반응할 것이고 당연히 설득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반면에 누군가가 '너는 내 최고의 친구야. 너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어'라면서 당신에게 우정의 가치를 확인시키려 하면 경계해야 한다. 스스로가 자기 가치 확인 이론의 희생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가치 확인 이론은 설득과 저항의 근원적 도기로 자아 개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과 태도가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되기를 원한다. 그러한 상태에서는 자기 행동을 예측할 수 있고 스스로가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치관과 태도의 바탕이 되는 자아를 공격하거나 자아의 변화를 요구하는 외부의 위협을 받으면 당연히 저항한다. 앞서 소개한 심리적 반발 이론에서 자유를 침해당할 때 사람들이 보여준 여러 가지 형태의 저항보다 훨씬 거세게 말이다.
하지만 설득 메시지가 자아를 공격하는 대신에 오히려 기존의 자아를 강화해 주면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흥미롭게도 자기 가치 확인 이론은 자아 개념의 강화가 설득 메시지에 대한 사람들의 저항을 감소시켜 결국 설득에 성공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자기 가치 확인 작업은 사람들의 자존감을 높여준다. 고양된 자존감은 자신을 아무도 꺾을 수 없고 외부의 위협에 대해서도 충분히 자기방어를 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든다. 자기 가치 확인 작업은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능력을 과대평가하게 만들어 어떤 문제나 어려움도 헤쳐 나갈 역량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자존감이 높아지고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사람은 당연히 스스로를 보호할 필요를 덜 느끼고, 새로운 대안이나 기회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다. 그 결과 역설적으로 자기 가치 확인 과정을 거친 사람들은 외부 설득 메시지에 대한 저항력이 약화하여 궁극적으로 설득당할 위험이 더 커지는 것이다.
자기 설득은 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전통적인 교육방식은 징계와 보상의 원칙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의하면 체벌이나 정학 같은 징계를 통해 공포를 유발하는 교육 방식은 오히려 학습 성과를 떨어뜨린다. 매력적인 인센티브를 통해 학습 동기를 유발하는 보상 중심의 교육 방식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뿐이라.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교육 효과를 원한다면 자기 설득에 기초해 변화를 꾀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 행동과학연구소에서 발표한 '학습 피라미드'에 따르면 강의를 통해 학습한 사람의 경우 24시간 이후에는 내용 중 5퍼센트를 기억했고 읽기를 통해 학습한 경우 10퍼센트를 기억했다. 이에 비해 체험 학습이나 배운 내용을 상대방에게 가르치기 등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학습법의 경우 사람들이 학습 내용의 최대 90퍼센트를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18배의 기억 효과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사람들은 내부적 태도가 행동을 결정한다고 믿지만 자기 설득 이론은 정반대의 주장을 한다. 그러므로 교육자가 해야 할 일은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하게 만든 다음 그러한 행동이 자신의 내적인 동기에 따라 행해졌음을 믿고 스스로를 설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폴 바츨라빅과 그의 동료들은 문제 인식과 문제해결에 관한 책에서 1차원적 변화 대응과 2차원적 변화 대응을 구별해 소개한다. 1차원적 변화 대응은 기존의 시스템 구조 안에서 변화를 통해 문제해결을 추구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두꺼운 옷을 입어 추위에 대응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온이 크게 내려가 아무리 두꺼운 옷을 입어도 혹한의 추위를 물리칠 수 없다면 1차원적 변화 대응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다. 이런 경우 기존 시스템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거나 아예 새로운 시스템 구조를 도입하는 2차원적 변화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 아예 추위가 없는 따뜻한 지방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식으로 말이다.
넛지 이론은 가장 소극적인 저항 형태인 무반응에 적합한 2차원적 대응 전략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와 법률가 캐스 선스타인이 공저한 책 '넛지'에 의하면 팔을 강제로 잡아끄는 것과 같은 직접적인 개입보다 '넛지'라는 단어의 원래 의미처럼 팔꿈치로 툭툭 치는 것과 같은 부드러운 개입으로 특정한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 어떤 경우 더 효과적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넛지는 직접적으로 저항에 대응하는 1차원적 개입 방식과는 달리 특정 시스템을 통해 원하는 행동을 유발하는 2차원적 개입 방식을 사용해 저항에 대응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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